------------------------------------------------------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소설제목 : ◈ 퀸 하트 (Queen Heart) 작가명 : 가 인 E-mail : orwwor@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소설③-10대 총편수 : 12편 장르 : 도박 출처 : ◆ 파르카에(RGH) 　　　우리들의요염한반란,여우팸 ------------------------------------------------------ ※ 전문 용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에피소드는 사실이 아닙니다. ‘아주 행복한 집.’ 이름과는 다르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 이곳은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사는 곳이다. “자, 퀸.” 그나마 나이가 가장 많은 아이들이 하고 있는 놀이는 카드 게임이었다. 제대로 된 문화 를 배우지 못한 탓이었을까? 이곳의 아이들은 음주와 도박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한 간의 소문으로는 마약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안 돼요.” 갑자기 등장한 한 여자 아이. 마른 체형에 하얀 피부, 그리고 금발의 머리와 잘 어울리는 파란 눈의 아이다. 여자 아이는 바닥에 놓여 진 퀸 카드를 들어 올리더니 다시 그 카드의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거기선 퀸을 꺼내면 안 돼요. 그럼 지게 되어 있어요. 분명 반대쪽엔 킹이 있을 테니까요.” “이 꼬맹이가 어디서 아는 척이야. 저리 꺼지지 못해?” 여자 아이는 그 말에 씩-하고 웃어 보이더니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리 고 여자 아이의 입 모양이 변하던 그 순간, 반대편 사람은 주저 없이 킹 카드를 꺼내 놓았 다. 퀸 카드의 주인은 여자 아이를 커진 눈으로 바라봤다. “너, 너!” “내 말이 맞죠? 바보 같네요. 다시 넣으라고 했을 때 들었으면 지지는 않았을 텐데.” “그, 그래! 너희 두 사람이 한 패인 거지? 어디서 이것들이!” 여자 아이를 가격하려는 듯 올라가는 퀸 카드의 주인의 손. 하지만 여자 아이는 아무렇지 도 않다는 듯, 일체 표정이 변화도 없이 그 사람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당당한 말투로 쏘아 붙이는 여자 아이다. “카드를 제대로 알고서 덤비세요. 어린 나에게도 당신은 지게 될 테니까.” “뭐, 뭐?” 손을 뿌리치며 여자 아이는 돌아서서 문을 밀고 그곳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내는 아이. 그 것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카드였다. “퀸 하트.” 첫 번째 이야기. 욕망을 품은 장미. 그 카드 게임을 망친 뒤, 퀸은 ‘아주 행복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떤 보복을 당할 지 잘 알고 있다. 그것도 자신보다 나이가 무려 5살이나 많은 사내에게 도전했으니 말이 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걸 알기에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퀸은 내심 자신이 했 던 그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 보금자리도 없는 자신으로선 거기가 낙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잘못한 건 없다. 그저 그 남자가 게임을 너무 못하길래 도와주려 했을 뿐이다. “어.” 그때 퀸의 눈에 블랙잭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캄캄한 골목길이었지만 한 눈에 그것이 블랙잭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정식적인 게임 판에서 하는 것은 아 니었지만, 칩스까지 놓여 진 걸 보면 꽤 큰 게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퀸은 조심스레 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벳. 20.” 직접 베팅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퀸은 신기한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게임을 지켜보 았다. 그리고 게임이 조금 더 무르익을 때 쯤. “어, 너 뭐야!”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퀸을 지목했다.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눈이 퀸에게로 향하고 퀸은 궁지에 몰린 쥐처럼 몸을 움츠렸다. 사람들의 매서운 눈매에 퀸 은 어느새 울상이 되어버렸다. 강한 척은 하지만, 퀸은 아직 14살 밖에 안 된 작은 소녀 에 불과했다. “이 꼬맹이가 여기서 뭐하는 짓이야!” 한 남자가 퀸의 손목을 꽉 잡고서는 골목의 반대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퀸은 놀란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아까처럼 뿌리치고 싶지만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성인 남 자의 힘은 퀸으로서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 이거 놔요!” 하지만 아무리 반항을 하려해도 좀처럼 먹히지 않는다.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야만 할까? 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퀸에게 들려오는 목소리. “놓아줘요.” 퀸을 끌고 가던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그 틈을 타 퀸은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선 반대쪽 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던 퀸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리고 그 주인공을 본 퀸의 눈이 동그랗고 크게 떠졌다. 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여자였다. 말랐지만 글래머러스한 몸매, 그리고 금발의 단발 머리. 그리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눈의 소유자였다. 퀸은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 다. 그렇게 퀸이 넋이 나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는 어느새 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퀸의 앞에 선 여자는 퀸을 잡고 끌고 갔던 남자를 바라보더니 금빛 클러 치에서 돈을 꺼내 남자에게로 던졌다. “이 아이에 대한 값이에요.” 퀸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코앞에 서있는 여자를 더니 이내 굳어진 표정으로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여자는 퀸과 키를 맞추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퀸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안녕. 꼬마야.” 퀸은 꼬마라는 소리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여자를 바라보며 또박또박한 목 소리로 당당하게 말했다. “난 꼬마 아니에요. 퀸 하트에요.” 퀸의 당돌한 말투에 여자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퀸을 바라봤다. 그리고 끼고 있던 하얀 장갑을 벗고선 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 퀸. 난 로즈라고 해. 로즈 스윗.” 퀸은 한동안 정지된 표정으로 로즈를 멍하니 쳐다봤다. 로즈는 변함없이 퀸을 보며 웃 어주고 있다. 퀸은 그런 로즈를 보며 드디어 웃어보였다. 그리고 로즈가 내민 그 손을 잡 았다. 두 번째 이야기. 천재 포커 소녀, 드디어 라스베가스 상륙. 세계에는 네 개의 카지노 도시가 있다. 최고의 초목지라 불리는 라스베가스, 고급 사교 장으로 특화되어가고 있는 몬테카를로, 프랑스 남동부에 있는 최대의 도시 니스, 말레 이시아의 인공 관광지 켄팅 하이랜드까지. 이 네 곳은 도박을 즐기는 자들의 가고 싶은 천국이다. 그만큼 도박의 꽃이라 불리 오는 사람들이 모여 최고의 게임을 선보이는 곳 이니 말이다. “라스베가스에 가본 적 있니?” “아뇨.” 퀸 역시 네 곳에 무척 가보고 싶었다. 갈 수만 있다면 다 가보고도 남았겠지만, 퀸은 그 런 여건이 되지 못한다. 고아에, 아직 나이가 너무 어려서 말이다. 사람들의 편견에 짓눌 려 갈 수가 없다. “라스베가스는 참 좋은 곳이야. 모든 게임은 그곳에서 시작하지.” “로즈, 당신은 가 본 적 있어요?” “당연히.” 퀸은 그 순간 로즈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멋진 외모와 몸매의 로즈가 라스베 가스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떠올리면, 그 모습은 너무나 환상적이다. 환상에 빠져있는 퀸을 보며 로즈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게임을 좋아하니?” “네. 카드게임을 좋아해요.” “그럼 게임을 잘 하니?” “나름 잘 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자신 있구나.” “전 제 실력을 믿으니까요.” 퀸은 당당한 표정과 함께 똑 부러지게 말을 마쳤다. 퀸의 대답을 들은 로즈는 흡족하다 는 듯 웃어보였다. 그리고 퀸을 바라보며 당부하듯 충고를 해주었다. “그 자신감 잃지 마렴.” “네?” “이제 라스베가스이니까.” 로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장 차가 멈춰 섰다. 퀸은 놀란 표정으로 로즈를 바라봤고, 로즈는 퀸을 보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로즈와 퀸이 타고 있는 차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살짝 열린 문 사이로 화려한 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퀸은 눈이 부신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오셨습니까.”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 남자가 로즈와 퀸이 있는 차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허리가 반쯤 꺾인 그 인사에 퀸의 눈이 커졌다. 단 한 번도 그런 인사를 받아 본 적이 없 어서 일까? 그렇게 퀸이 당황하고 있을 때 로즈가 먼저 차에서 나갔다. 그 모습을 본 퀸 도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빠져나갔다. “오늘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퀸은 무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흥밋거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로 즈의 뒤를 졸졸 따라가던 퀸의 앞에 엄청나게 커다란 문이 들어왔다. 존은 서둘러 그 큰 문을 열었고, 열린 문으로 로즈가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 퀸도 그곳으로 걸어갔다. 안은 엄청난 화려함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금빛의 조화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 웠다. “아, 퀸.” 로즈는 잠시 잃어버렸던 게 생각났던지 한 번의 박수와 함께 퀸을 바라보는 눈을 돌려 존을 바라봤다. 그리고 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이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존이라고 해. 존 그레이. 앞으로는 널 도와줄 서포터이 기도 하지.” 로즈의 말이 끝나자 존을 살짝 고개를 숙여 퀸에게 인사를 했다. 퀸은 그런 존을 보며 환 하게 웃어보였다. 서포터라니, 살짝 의아했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 에 대해 너무나 행복한 퀸이다. 퀸이 그렇게 좋아하고 있는 틈을 타, 존은 퀸에게 작은 목 소리로 말했다. “저, 팀이 만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팀이라니? 팀…… 스미스?” 로즈는 그 이름에 날카로운 눈으로 존을 노려보았다. 존은 고개를 숙이고선 로즈의 시 선을 애써 피했다. 로즈는 퀸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입술을 깨물고선 인상을 구겼다. “지금 어디에 있지?” “그, 그게…….” “나 찾는 거야? 로즈 스윗.” 존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어디선가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즈는 당황한 표정 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리 고 로즈의 눈에는 이내 그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로즈의 옆에 서 있던 존은 방을 빠 져나갔다. “오랜만이네.” 로즈는 애써 시선을 돌렸다. 팀은 로즈와는 악연의 존재였다. 10년 전, 로즈가 처음으로 이곳에 들어왔을 때 로즈의 스승을 팀이 감옥으로 보냈다. 그 이후로 로즈의 스승에게 선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소문으로는 죽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지만, 로즈는 믿지 않는다. 아니, 로즈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탑이라고 손꼽는 사람들은 절대 그 말에 동요하지 않는다. 그만큼 로즈의 스승은 최고의 실력과 매너를 지닌 탑 중의 탑이었다. 그런 스승을 감옥으로 보냈으니 로즈의 눈에는 팀이 악연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 꼬마는 뭐지?” 퀸을 가리키는 팀의 손가락을 본 로즈는 당황한 표정을 한 채로 팀에게 말했다. 더듬는 말과 표정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아이처럼 긴장이 되어있었다. “그, 그냥 꼬마죠.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네요.” 팀은 로즈의 말을 무시한 채로 퀸에게 다가갔다. 퀸은 팀의 행동에 살짝 뒤로 물러섰다. 낯선 남자의 모습은 퀸으로서는 경계의 대상이다. 팀은 씹고 있던 껌으로 풍선을 불더 니 퀸의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퀸의 바로 눈앞에서 그 풍선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귀엽네. 이 꼬마.” 그 말에 퀸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르게 수치심 같 은 게 가슴에 물밀듯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팀은 숙였던 고개를 다시 곧게 피며 로즈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어 보이며 로즈에게 말했다. “근데 난 이 꼬마 싫다. 로즈, 당신을 닮았거든.” 그리고 걸음을 옮기려던 팀을 퀸이 잡았다. 확실히 해둘 게 있다는 표정으로 팀을 올려 보던 퀸은 언제나 그랬듯이 당당한 목소리로 팀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꼬마가 아니에요. 내 이름은 퀸 하트에요.” “퀸…… 하트?” 팀은 퀸의 이름을 듣자마자 로즈를 바라봤다. 로즈는 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팀은 아주 흥미롭다는 듯 활짝 웃어 보이며 로즈가 서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 겼다. “진짜로 만났네.” “………” “조만간 다시 만나겠군. 그렇지?” 팀은 웃어 보이며 로즈의 어깨에 손으로 다독였다. 로즈는 그런 팀의 행동에 주먹을 세 게 쥐었다. 로즈가 바라보고 있는 곳과 반대로 걸음을 옮기며 팀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천재 포커 소녀. 드디어 라스베가스에 상륙.” 그리고 돌아서서 퀸에게 총 모양을 연상시키는 손을 겨누며 말했다. “게임 시작!” 세 번째 이야기. 최고의 게임 파트너. 팀이 나가고 난 뒤, 방은 조용함만이 가득했다. 퀸은 팀의 말이 거슬렸는지 인상을 찌푸 리고선 로즈를 바라봤다. 그리고 로즈에게 물었다. “내가 왜 천재 포커 소녀이죠?”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퀸이 카드게임 을 좋아하는 것 또한 아는 걸 보면……. 퀸은 로즈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로 즈는 그런 퀸을 보며 웃어보였다. “퀸 하트.” 로즈는 몸을 숙여 퀸과 눈을 맞췄다. 퀸은 그런 로즈를 바라보다가 금세 고개를 숙이고 선 만지작거리고 있는 손을 바라봤다. 로즈는 퀸의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모든 건 나중에 밝혀지게 되어 있어. 미리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말이야.” 그 말에 퀸은 고개를 들었다. 로즈는 퀸에게 살짝 웃어 보이더니 몸을 일으키고선 문 밖 에 나가있는 존을 불렀다. 로즈의 부름이 떨어지자마자 존을 곧장 방 안으로 들어왔다. “데려가서 소개해.” “네.” 존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선 퀸을 데리고 방을 나왔다. 퀸은 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지금 자신이 걷고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이곳의 모든 건 화려함 그 자체였 다. 꽃병에 꽂혀 있는 꽃마저도 너무나 화려했다. 그렇게 주변을 살펴본지 얼마나 지났 을까? 존이 걸음을 멈춰 섰다. “열어봐.” 존은 퀸을 바라보고선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문을 열라는 뜻이다. 퀸은 조금씩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존이 잡고 있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여 마시고 선 문을 활짝 열었다. 환한 방의 빛 때문에 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내 그 빛이 사라 지고 퀸의 눈에는 한 여자가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여자는 돌아섰다. “존!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에요?” “로즈에게 들었지? 앞으로 네가 같이 할 파트너.” 존의 말에 커진 눈으로 퀸을 바라보는 여자. 여자가 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존은 고 개를 끄덕였다. 퀸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 아이인가요?” “그래. 바로 이 아이야.” 여자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줄리 화이트다. 퀸은 줄리 와 눈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줄리는 그런 퀸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로즈와 많이 닮았네요.” “맞아. 닮았지.” 존은 줄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퀸과 로즈는 닮아 있었다. 금발 의 머리와 하얀 피부, 그리고 파란색의 눈까지 말이다. 줄리는 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줄리 화이트야. 앞으로 잘 부탁해.” “퀸 하트라고 해요.” 줄리는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큰 카지노의 유명 딜러 중 한명이다. 그녀와 게임을 하면 돈을 잃어도 모두들 즐거워했다. 그만큼 줄리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언 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퀸과 함께 파트너로 활동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오늘부터인가요?” “어. 오늘부터 시작이야.” 존의 말대로 퀸은 오늘부터 라스베가스에서 정식으로 게임을 하게 되었다. 아직 미성년 자인 퀸으로선 카지노에 들어설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워낙 유명한 사람들이 든든한 지 원군으로 나서주어 무리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 물론 퀸의 실력도 한목하게 될 테고 말 이다. “앞으로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이 있어.” “규칙이요?” “아주 간단해. 첫째, 난 앞으로 네 친구가 될 생각이야. 그러니 편히 줄리라고 불러줬으 면 해.” “네.” “그리고 둘째, 게임을 할 때 룰에 너무 얽매이지 마. 그건 초보들이나 하는 짓이니까. 그 냥 나를 믿고, 널 믿어.” “그럴게요.” “마지막으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게임을 멈추지 마.” 퀸은 줄리의 말에 대답을 멈추었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게임을 멈추지 마라는 그 말 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규칙에 대답을 하고 나면, 다시는 게임을 멈추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 을 수가 없다. 지금 당장은 이 규칙을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그러죠.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퀸은 서포터와 파트너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드디어 퀸이 라스베가 스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였다. 퀸은 존과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사 람들은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며 퀸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당 황할 것도 같았지만 퀸에겐 당당함이 전부였다. “로즈 스윗이?” “그래. 로즈 스윗이 돈을 주고 저 꼬마를 샀다는 소문이 있어.” “저 꼬마가 뭐라고?” “카드게임에 있어서는 천재라는 말이 있던데?” 사람들의 말소리가 퀸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퀸은 그 말에 가던 걸음을 멈춰 섰다. 그리 고 퀸이 그 말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안 존은 그 사람들에게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퀸이 존을 붙잡았다. “존. 내가 갈게요.” “하지만…….” “괜찮아요.” 퀸은 입 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존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선 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 음을 옮겼다. 퀸이 다가오자 소곤거리고 있던 사람들은 커진 눈을 한 채로 하던 말들을 모두 멈추었다. 퀸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그들을 보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리 고 퀸이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내가 천재라고 하던가요?” 퀸의 말에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순간 그들은 그렇게 느꼈다. 퀸은 무척 이나 어린 나이이지만 어른보다도 더 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것을 말이다. 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몰라요. 뭐, 천재는 아닌데 항상 운이 좋아서 이겼을 수도 있고요. 게임은 원래 운으로 하는 거잖아요.” 네 번째 이야기. 아무도 끝을 예측할 수 없다. 퀸과 존이 안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작은 꼬맹이 가 들어온 모습에 모두들 놀란 표정이다. 하지만 존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퀸은 걸음을 옮겼다. 존은 퀸과 함께 줄 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줄리는 환 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와요.”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까?” 비록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사적인 관계를 들켜선 안 된다. 어 떤 상황이 되어도 침착성과 이성을 잃어선 안 되고 말이다. 줄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 다. 줄리의 행동을 본 존은 퀸에게 의자를 빼 주었다. “여기 앉으세요.” 존의 갑작스러운 존칭에 퀸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존 칭을 사용해주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항상 꼬맹이와 작은 여자 아이라는 틀 에 박혀 무시당하고 살았었으니까……. “그럼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죠.” 사람들이 모여들고, 드디어 퀸의 첫 게임이 시작되었다. 총 5명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하는 게임은 줄리의 진행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카드를 돌리기 전, 모두들 Ante를 걸었다. 줄리는 플레이어들의 베팅이 끝나자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벳 다운.” 베팅을 시작하라는 줄리의 말과 함께 일제히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눈 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자신보다 좋은 카드를 쥐고 있을지, 누가 속임수를 쓰 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말이다. 하지만 퀸은 아무런 눈치도 살피지 않았다. 그저 즐 기고 있는 듯했다. “하이 롤러.” 한 플레이어가 그렇게 외쳤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다들 ‘도 대체 어떤 카드를 쥐고 있길래, 하이 롤러를 한 거지?’ 하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퀸은 그 것마저도 재미있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카드를 공개 할 시간이 되었다. 다들 카드를 힘없이 내려놓았다. 이미 게임의 승자가 나온 것처럼 말 이다. 그리고 하이 롤러를 한 플레이어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카드를 내려놓았다. 잭카 드와 퀸카드 각 한 장씩이었다. 줄리는 당황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 플레이어는 앞에 놓여 진 칩스를 가득 품에 안으려는 듯 팔을 벌렸다. 그때, 퀸이 카드를 내려놓았다. “끝!” 퀸의 외침과 함께 플레이어들의 눈이 모두 커졌다. 퀸이 가지고 있던 카드는 퀸카드와 킹카드 각 한 장씩이었고, 잭카드와 퀸카드의 합보다 더 컸다. 모두의 예상이 빗나간 것 이었다. 퀸은 지금 방금까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던 플레이어를 바라보며 씩 웃어보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퀸은 기지개를 피며 하품을 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존을 보며 말했다. “존, 뒷정리 좀 해줘요. 나는 바람 쐬고 있을 테니까.” 퀸의 말에 존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퀸이 돌아서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던 플레이어들은 기가 막힌 다는 듯 모두 허탈한 표정으로 퀸을 바라봤다. 퀸은 그곳에서 빠져나와 바로 앞에 주저앉았다. “꽤 지루했던 게임이야.” 퀸은 주저앉아서 하품을 해댔다. 퀸의 앞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고,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비췄다. 너무 눈이 부셔서 그런지 눈이 따끔거릴 정도이다. “이렇게 어린 숙녀가 이런 곳에는 어떻게 왔을까?” 그때 퀸의 옆에 한 중년의 여자가 앉았다. 나이는 한 사십대 중반으로 보인다. 흰색 머 리와 함께 검은 정장이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퀸은 그 여자를 바라보더니 살짝 웃어 보 이며 대답했다. “……그냥, 한 여자가 절 데려왔어요.” “한 여자?” “로즈 스윗이라는 여자인데, 매력적인 외모에 멋진 여자라고 생각해요. 그 생각 덕분에 이곳까지 제가 온 거고요.” 로즈 스윗은 이곳에서 참 유명하다고 들었다. 모두들 로즈, 로즈 그러면서 친근한 척 이 름을 불렀지만 정작 로즈의 앞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 정도로 로즈는 이 세계에서는 알아주는 탑이었고, 또 올라설 수 없을 정도의 거리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 중 년의 여자도 놀란 표정으로 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구나.” 뭔가 여운이 남는 여자의 말. 퀸은 살짝 입을 옆으로 올리더니 여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생각을 접고 그녀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여기에 왜 계세요?” “……할머니?” “게임을 하시지는 않을 것 같고, 혹시 이 근처에서 상점을 하시나요?” 할머니라는 말과 상점을 하고 있냐는 퀸의 말에 그녀는 크게 웃어보였다. 그런 그녀를 보더니 퀸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웃던 그녀는 웃음을 간 신히 멈추고 퀸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이름이 뭐니?” “……퀸 하트인데요.” 퀸 하트라는 이름을 들은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미소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퀸은 그녀 의 표정을 살피더니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서는 대답했다. “예쁜 이름이구나.” “할머니는요?” “내 이름은…… 클리버 리라고 한다.” 클리버는 퀸을 똑바로 응시했다. 퀸은 큰 눈으로 클리버를 멀뚱멀뚱 바라봤다.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클리버는 퀸을 보며 말했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할머니가 아닌 클리버라고 날 불러주었으면 하구나. 난 할머 니 소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야.” “네. 알았어요.” 퀸의 대답을 들은 클리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선 살짝 손 인사를 하고 난 뒤, 반 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클리버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있던 퀸은 고개를 갸웃 거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서서 다시 들어가려던 그 순간. “이름 퀸 하트. 나이 열넷, 부모 생존 여부 확인 불가능. ‘아주 행복한 집’에서 거주했었 음. 현재 로즈 스윗과 함께 라스베가스에 거주 중.” 어제 들었던 목소리인걸 보니 팀이 분명했다. 퀸은 인상을 찌푸리고선 옆을 노려보았 다. 한쪽 모퉁이에 기대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 있는 남자, 바로 팀이었다. 퀸이 자신 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느낀 팀은 살짝 웃어 보이더니 퀸에게로 걸어왔다. “벌써 데뷔 무대를 하신건가?” “팀이라고 했나요?” 퀸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팀에게 말했다. 팀은 살짝 한쪽 입술을 올리더니 퀸을 응시했 다. 퀸은 그런 팀을 보며 말했다. “어제 당신이 했던 그 행동 상당히 불쾌했고, 또 내 뒷조사까지 그렇게 읊어주니까 더 불쾌하네요.” “뭐 그럴 것까지야.”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 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하고 난 뒤, 퀸은 돌아서서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당기려는 순 간, 팀이 또 다시 퀸을 불러 세웠다. “……난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잡는 경찰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조종과 감시의 시선 아래. 팀의 말에 퀸은 놀란 토끼마냥 커진 눈으로 팀을 바라봤다. 소도시의 갱 같은 옷차림과 번지르르한 외모는 전혀 경찰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 서는 안 되지만 말이다. “그, 그게 정말이에요? 당신이 정말 경찰이에요?” 팀은 피식 웃더니 재킷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본 퀸은 팀을 바 라보던 눈을 땅으로 내렸다. 퀸이 확인을 하고 나자 팀은 곧바로 다시 주머니에 그것을 넣었다. “할 말…… 더 남았어요?” “전혀.” 팀이 그렇게 말하자 퀸은 살짝 팀을 노려보고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씩 씩거리며 들어가는 퀸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에 안 들어.” 그 이후, 두 게임이 더 진행되었다. 하지만 두 게임에서도 역시 퀸의 승리였다. 연속으 로 퀸이 게임에서 승자가 되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거니와, 사 람들 역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하루의 끝을 지나, 다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 “피곤하지?” “괜찮아요. 항상 새벽이 돼서야 잠을 잤거든요.” 퀸은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성장기인 퀸에겐 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 고 있는 존은 서둘러 퀸을 차에 태웠다. 사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졸음이 오는 걸 막을 수 없는 퀸이었다. 그때는 눈을 감으면 정말 혼자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랬지만, 지금은 눈을 감아도 두렵지가 않다. 자신을 지켜주고, 또 돌봐주는 사 람들이 있기에. 존과 함께 저택에 도착한 퀸은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처음 정식 게임을 해본 날인데도 불구하고, 세 번 연속으로 하다 보니 아무리 카드를 좋아하는 퀸이라도 지치기는 마찬 가지다. 존은 서둘러 퀸에게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퀸은 계 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때, 퀸의 눈에는 멀리 서있는 로즈가 들어왔다. “로즈.” “세 번 연속 게임을 했다고 하던데, 피곤하겠구나. 어서 쉬렴.” 로즈는 살짝 웃어 보이며 돌아섰다. 그때 퀸이 로즈를 불러 세웠다. “저기, 로즈.” 걸어가던 로즈는 퀸의 부름에 걸음을 멈추고 몸을 반쯤 돌렸다. 굳은 표정을 한 채로 서 있던 퀸은 조금씩 걸음을 옮겨 로즈의 앞으로 걸어갔다. 로즈의 바로 앞에 선 퀸은 로즈 를 올려보더니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말을 잇는 퀸이다. “팀이 날 감시하고 있어요. 신경 안 쓰고 있지만 로즈나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가 갈 것 같아서요.” “………” “그대로 놔두어도 될까요?” 퀸은 걱정스러운 표정은 지은 채로 로즈를 바라봤다. 로즈는 잠시 동안 생각을 정리하 는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선 대답했다. “퀸. 넌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아도 돼. 그저 게임만 즐기면 되는 거야.” “게임만 즐기라고요?” 로즈의 말에 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지만 로즈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 았다. 퀸의 어깨를 다독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로즈다. 로즈의 방을 한참동안 서 서 바라보던 퀸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그리고 반대편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가 려는 그 순간. “이기려는 마음만 가져. 그러면 내가 널 도와줄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퀸은 커진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때 벽 모퉁이에 기대어 서있던 줄리가 걸어 나왔다. 안소의 한숨을 내쉬던 퀸은 줄리를 바라봤다. 줄리 는 환하게 웃어 보이며 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어떻게 도와주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줄리를 믿고 싶어지는 퀸이다. “뭐, 나를 포함해서겠지만.” 줄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웃어보였다. 그런 줄리를 바라보며 함께 웃고 있던 퀸은 갑 자기 굳어진 표정을 하더니 줄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팀을 알아요?” 웃고 있던 줄리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인 지를 재차 확인하며 퀸에게 물었다. “팀이라면, 팀 스미스를 얘기하는 거니?” “네.” 줄리는 굳어진 표정으로 퀸을 바라봤다. 퀸은 그런 줄리에게 말했다. “팀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잡겠다고……. 그게 무슨 뜻인 지 알고 싶어요.” “………” “팀하고 로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퀸의 물음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던 줄리는 한숨을 내쉬고선 대답했다. “……10년 전 일일 거야. 로즈 스윗이 이곳에 처음 오게 되었던 시기쯤이었지. 로즈를 처 음으로 데려온 사람은 그녀의 스승인 클리버였어. 클리버는 이곳을 포함해 전 세계의 카지노 도시에서 탑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어였어. 그런 스승에게서 게임을 배운 로즈 또한 알아주는 탑이었고 말이야.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도와주는 한 남자가 있 었어. 그 남자는 보기 드문 남자 딜러였어. 하지만 그도 딜러계에선 최고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지. 그런 세 사람이 만나서 라스베가스를 매혹시키기 시작했고, 이내 라스베가스가 초토화가 되었지. 그 누구도 그 세 사람을 이기지는 못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그들 밑 에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경찰에게 그들의 모든 사실을 밝혀버린 거야. 속임수로 라스 베가스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이야. 그때 딜러는 자신이 모든 일을 주도 했다며 홀로 감옥에 들어가려고 했지. 하지만 클리버의 성격이 그리 내버려 둘 성격이 아 니었나봐. 하지만 로즈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대. 그런 두 사람을 잡아간 건, 그때 처음 으로 수사를 시작했던 초짜 형사, 팀이었어. 어린 나이였던 로즈로선 그런 팀이 너무나 미웠지. 완벽했던 자신의 스승을 그렇게 감옥으로 보낸 사람이 바로 팀이었으니까. 그 이후로 팀은 이곳에서도 꽤 유명한 형사들 중 한 명이 되었어. 최고의 플레이어를 잡은 형사라면서.” “………” “그 이후로 딜러는 감옥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졌지만, 클리버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어. 죽었는지 아니면 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해. 하지만 그것 만은 확실했지. 클리버와 그 딜러가 언 14년 전에 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은 말이야. 그때는 로즈도 없었던 시절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이를 가졌었대. 하지만 서로 제 약받기 싫었던 두 사람이라 아이를 낳고 곧바로 고아원으로 보냈대. 그 이야기는 가히 전설적으로 남았지. 최고의 플레이어와 최고의 딜러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라……. 하 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 그래서 전설이었고 말이야. 근데 로즈가 찾기 시 작했어. 그리고 결국 자신의 스승의 피를 물려받은 그 아이를 찾았지.” “그, 그럼…….”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퀸은 커진 눈으로 줄리를 바라봤다. 헛웃음을 짓던 퀸은 줄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딜러의 이름이 뭐였죠?” “헤이든 하트.”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딜러, 그리고 딱 들어맞는 이야기 구조는 퀸의 머릿속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반쯤 정신을 놓고 있던 퀸.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줄 리를 붙잡고선 다시 한 번 물었다. “자, 잠깐만요. 그…… 로즈의 스승이 누구였다고요?” 줄리는 퀸의 행동에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선 퀸의 물 음에 대답했다. “클리버. 클리버 리.” 여섯 번째 이야기. 진짜 게임의 서막을 알리다. 퀸은 잠시 넋이 빠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서 있었다. 그런 퀸의 모습을 본 줄리는 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퀸에게 물었다. “퀸. 퀸? 괜찮은 거야?” “………….”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크, 클리버 리가 다시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라스베가스는 물론, 전 세계의 카지노가 요동치겠지.” 그 말에 퀸의 눈이 커졌다. 클리버의 영향력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그녀가 살아있 다는 이유만으로도 라스베가스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카지노가 요동친다는 것은……. “그런데 그건 왜?”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퀸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줄리는 바라봤다. 줄리는 그런 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 다, 주변을 돌아보더니 퀸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있지. 요즘 로즈의 기분이 좋지가 않아.” “왜요?” “팀이 나타나기도 했고, 거기에 요새 겜블러들 승률이 점점 올라가고 있거든.” “겜블러들이요?” “겜블러들은 체계적으로 포커에 대해 배웠을 뿐만 아니라, 확률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지.” “………….” “포커는 확률 게임이야.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승률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그 게임을 해 야 하는 지 말아야하는 지 결정해야하는 그런 게임이라고. 겜블러들은 그 사실을 너무 나 잘 알고 있지.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않는 너로선, 조심해야 할 부분이야.” 줄리의 말에 퀸은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을 본 줄리는 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이만 들어가서 쉬어.” “줄리도요.” 줄리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퀸의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았다. 방에 들어선 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무하게 얽힌 인연의 끈 때문에 말이다. 그 때 퀸은 떠올렸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클리버를. ‘이렇게 어린 숙녀가 이런 곳에는 어떻게 왔을까?’ 웃던 클리버의 얼굴……. 그 웃음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꼭 다시 볼 수 있을 것처럼 말했던 클리버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는 퀸이었다. 그렇게 생 각에 젖어있던 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말……. ‘……난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잡는 경찰이다.’ 그 순간, 퀸은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을 부여잡고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창문을 바라보는 퀸. 뭔가 모를 불길함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일주일동안 퀸은 미친 듯이 게임을 했다. 그 덕에 로즈는 막대한 양의 달러를 손에 쥐 었고, 퀸은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마치 그녀의 출생을 알고 있는 듯 지어진 별명 을 말이다. 이른바 ‘제 2의 클리버 리.’ 로 칭해지게 되었으니까. “이제 좀 쉬시죠.” 존의 말에 퀸은 반 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그러다 머리를 넘기고 한숨을 내 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퀸.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존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퀸.” “존……. 난 왜 이 곳에 온 걸까요?” “………….” “뭐가 날 이곳까지 이끈 걸까요?” 긴 머리 사이로 보이는 퀸의 눈. 그 눈을 바라본 존은 고개를 떨어트렸다. 한참동안 아 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울던 퀸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이 흐른 볼을 손으로 문질렀 다. 그리고 살짝 웃어 보이며 존에게 말했다. “퀸 하트는 이런 애에요.” “………….” “평범한 여느 아이들처럼 눈물이 많고, 그냥 평범하게 놀고 싶은…… 그런 사춘기 소녀죠.” 퀸의 말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존. 퀸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 때 존이 자신을 따라오려 하 자 퀸은 돌아서서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건물을 빠져 나온 퀸은 거리에 멍하니 섰다.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화려한 네온 사인. 언제나 그랬듯이 바쁘게 변화해가는 라스베가스. 퀸은 들고 있던 고개를 떨어트 렸다. 그런데 그 때, “또 만났구나. 퀸.” 퀸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를 보고 있는 건 클리버였다. 퀸은 커진 눈으로 클리버를 바라 봤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구나. 표정이 밝지가 않네.” “여, 여긴 무슨 일이죠?” “지나가던 길이야. 널 처음 본 그 날처럼.” “………….” “그럼 수고하렴. 천재 포커 소녀.” 살짝 미소를 짓고 돌아서는 클리버. 그렇게 클리버는 점점 퀸과 멀어져갔다. 그 뒷모습 을 바라보던 퀸은 가슴 속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두 눈은 꼭 감고 짓누르던 말을 퀸은 큰 소리로 내뱉었다. “클리버, 클리버 리. 10년 전, 감옥에 들어간 전설의 포커 플레이어.” “………….” “왜 나에게 가장 먼저 나타난 거죠?” 한참을 걸어가던 클리버는 퀸의 말에 걸음을 멈춰 섰다. 퀸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선 클 리버에게 물었다. “그리고 왜 말하지 않았죠?” 클리버는 퀸이 서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퀸은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입술을 깨물 었다. 퀸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본 클리버는 굳어진 표정으로 퀸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그 때 퀸이 클리버에게 말했다. “당신의 앞에 서 있는 이 당돌한 꼬마가, 이 퀸 하트가 당신이 낳은 딸이라는 걸…….” 그 시간, 로즈의 집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와 있었다. 그건 바로 팀이었다. 로즈는 소파 에 앉아 있는 팀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소파에 앉으며 팀에게 말했다. “여긴 또 무슨 일이죠?” “반갑지 않은 얼굴이겠지만, 이래 뵈도 반가운 소식을 들고 온 사람이라고.” 그 말에 로즈의 눈이 커졌다. 팀이 말한 반가운 소식은 바로…… 클리버의 생존에 관한 말이었다. 클리버가 살아있다는 말에 로즈는 자신도 모르게 소파의 손잡이를 꽉 잡았 다. 팀의 말이 끝나자, 로즈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클리버가 살아 있다니.” “………….” “사, 살아 있었으면 왜…… 나한테 오지 않았겠어요? 당신, 날 지금 놀리는 거죠?” “로즈, 당신에게 오지 않은 이유를 알려줄까?” “이유라니요?” 로즈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팀을 응시했다. 팀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선 벽에 기 댄 채 로즈를 바라봤다. 로즈의 눈이 빨갛게 충혈 되기 시작하고, 그제야 팀은 로즈에게 대답했다. “……이미 두 사람이 만났거든.” “그게 무슨 말이에요?” 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로즈의 충혈 된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팀의 말……. “퀸 하트와 클리버 리…… 당신이 만든 게임의 주인공들이지.” 일곱 번째 이야기. 장미의 덩굴을 자르려하는 소녀의 눈물. “그 소식 들었어?” “뭐?” “클리버 리가 돌아왔대.” 클리버의 생사에 대한 이야기로 라스베가스는 또 다시 발칵 뒤집혔다. 소문은 일파만 파 퍼져 퀸과 클리버가 만났다는 사실까지도 퍼지게 되었다. 퀸이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마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소곤거리며 클리버와 퀸의 대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작, 생 각도 하지 않았던 사람 앞에서 말이다. “나, 이제 들어가도 되죠?” 피로가 가득 담긴 눈으로 존을 바라보는 퀸. 존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 야 어깨에 잔뜩 주고 있던 힘을 푸는 퀸이다. 요 며칠 새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호텔에 묵으며 게임하기 바빴다. 사실, 게임을 진짜로 하고 싶어서였기보다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자신의 이름을 잊기 위해서였다. 퀸은 한숨을 내쉬고서 걸음을 옮겼다. 복잡한 머리를 끌어안은 채 걸어가던 퀸.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던 존. 존은 굳게 닫고 있던 입을 벌려 퀸을 불러 세웠다. “퀸.” 존의 목소리를 들은 퀸은 걸음을 멈춰 섰다. 그리고 반쯤 풀린 눈으로 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퀸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존. 퀸은 힘없는 목소리로 존에게 물었다. “왜 그러죠?” “……많이 힘듭니까?” “………….” “이 곳에 온 걸, 후회 합니까?” 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존에게 향한 두 눈을 움 직이지 않는 퀸이다. 후회하냐고 묻는 존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던 퀸은 자 신의 대답을 가슴 속 깊숙이 삼켰다. 후회한다고 이제 와서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잘 알기에……. “후회 하지…… 않아요.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모든 건 거짓이었다. 후회 하지 않는 다는 그 말.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걸 알기 에 퀸은 돌아서서 로즈가 있는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퀸은 지친 몸을 이끌고 거실로 향했다. 그 순간, 유리를 두드리는 무언가의 소리에 퀸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거실에 홀로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는 로즈. 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퀸을 바라봤다. 붉은 색의 와인 이 로즈의 입술에 닿고, 로즈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일어서 퀸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로즈.” “……왜 말하지 않았어?” “네?” 짙은 와인의 향기가 퀸의 코끝을 자극시켰다. 하지만 로즈는 취하지 않았다. 정말, 멀쩡 한 정신을 가지고서 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퀸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로 즈가 자신에게 묻는 말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나에게 클리버를 만났다는 얘길 안했냐고!” 퀸은 자신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는 듯 한 쪽 입 고리를 올리며 로즈를 노려보았다. “말해야 하는 이유가 뭐죠?” “뭐?” “당신의 스승이라서? 아니면 내 부모라서?” 로즈를 노려보는 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로즈는 퀸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자신 의 손에 더욱 더 힘을 가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 다.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선 말이다. 그 순간, 퀸은 로즈의 두 손을 뿌리치고선 달리기 시작했다. 온 집안을 그렇게 뛰어다니 던 퀸은 달리던 두 다리를 멈추고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고 싶 은 마음……. 그 마음만이 퀸을 지배하고 있었다. “벗어나겠어.” 퀸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선 한 걸음씩 내딛었다. 그리고 한 방문 앞에 도착했다. 퀸은 입술을 꾹 깨물고선 문고리를 돌렸다. 문이 열리고, 퀸은 방으로 발을 들여놨다. “퀸?” 요염한 자태로 카드를 정리하고 있던 줄리는. 퀸의 등장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어보 였다. 하지만 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줄리에게 내뱉었다. “세계 포커 대회에 나가겠어요.” 퀸의 갑작스러운 말에 줄리의 눈이 커졌다. 줄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추고 테이블에 카드를 내려놓으며 퀸에게 말했다. “퀸, 아직 너에겐 무리야.” “아뇨. 꼭, 나가야 돼요.” 퀸의 확고한 대답에 줄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줄리는 퀸을 한 번 훑어보더니 퀸에게 물었다. “이길 자신 있어?” 줄리는 불안한 눈빛으로 퀸을 바라봤다. 역시, 최고의 딜러라도 클리버와의 대결에선 승률을 장담할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줄리와는 다르게 퀸은 당당한 눈빛으로 줄리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네.” 퀸의 당당함에 줄리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군다나 갑자기 세계 포커 대회에 출전하겠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줄리는 퀸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 생각했다. 그렇다 면 이건 또 다른 게임의 시작이 될 것이다. 줄리는 돌아선 퀸에게 말했다. “퀸. 도대체 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퀸은 가던 걸음을 멈춰서 줄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 렸다는 듯 줄리에게 대답했다. “로즈에게서, 날 사겠어요.” 여덟 번째 이야기. 서로를 알아보는 카드. 퀸이 세계 포커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퀸에게 자금을 대주겠다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퀸은 누구의 도움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 으로 해결하겠다고 말이다. 퀸의 다짐에 로즈는 뿌듯해했다. 퀸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 는 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가능하다면 탑 투를 잘 알아야 돼.” “탑 투?” “탑 투는 보드에서 가장 높은 카드 두 장의 카드와 투 페어를 이루는 거야.” “그리고요?” “우선 가장 낮은 수부터 오픈 시키려고 하지 마. 그 건, 상대에게 네가 어떤 카드를 가지 고 있는지 알려주는 거나 다름없어. 그리고 이 건 운이겠지만 플러쉬를 해서 승부를 해 도 괜찮을 거 같아. 쓰리 카인드도 괜찮은 방법이고.” 줄리에게 배우는 포커는 퀸이 알고 있었던 포커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쉽게만 느껴 졌던 포커는 뛰어난 두뇌와 순발력이 따라야만했다. 그리고 포커에 대한 전문적인 지 식 또한 아주 잘 알아야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퀸.” “네?” “이런 걸 지금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마 없을 거야.” “………….” “지금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즐기라는 것뿐이야.” “줄리.” “넌 포커에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야. 하늘이 널 돕는다면, 넌 무리 없이 우승하 겠지.” “………….” “그럼 난, 널 도울 거야.” 줄리의 말에 퀸의 눈이 커졌다. 만약 줄리가 퀸을 돕는다면, 퀸은 어떻게 해서든 로즈에 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줄리는 최고의 딜러였고, 퀸은 천재이니까. 줄리의 말에 퀸 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이내 입술을 떼고 줄리에게 말했다. “그 건 로즈를 배신하는 거잖아요.” “………….” “지금껏 함께 한 사람이잖아요.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퀸.” “날 돕게 된다면 줄리도 다칠지 몰라요.” 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줄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런 퀸을 안았다. 퀸의 등을 토닥이는 줄리는 생각했다. 퀸은 아직은 너무 어리고. 또 너무 불쌍한 아이라고……. 며칠 뒤, 드디어 세계 포커 대회의 막이 오르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로즈는 퀸을 데 리고 드레스 숍을 돌아다니며 퀸에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골랐다. 아무렇지 않은 척 로 즈를 따라 나서는 퀸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 천 번이고 도망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퀸은 로즈가 고른 드레스를 입고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한숨을 내 쉬던 퀸은 거울을 보며 눈을 가리고 있는 앞머리를 옆으로 넘겼다. 그 순간, 거울 속에 보이는 한 사람. 퀸은 돌아서서 그 사람을 불렀다. “팀.” 오랜만에 보는 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리 반가운 사람이 아니었기에 퀸은 다시 돌 아서서 머리를 만졌다. “왜 온 거죠?” “얘기는 들었어. 세계 포커 대회에 나간다지?” “당신은 어디 있던지 내 소식은 다 아네요.” 퀸은 거울 속에 비춘 팀을 노려보았다. 팀은 한 쪽 입 고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그러 더니 퀸이 앉아 있는 의자로 점차 다가왔다. 퀸은 굳어진 얼굴로 거울을 바라봤다. “결승까지 갈 수 있길 바래.” 그리고 팀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화장대 위에 팀의 손이 다가가고, 퀸의 눈이 그 곳으로 향했다. 팀의 손이 떨어지고, 손에 있던 것은 작은 카지노 칩이었다. 빙글빙 글 돌기 시작하는 칩. 그 순간, 팀은 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꼭 보고 싶거든. 너와 클리버의 대결.” 그 시간, 밖의 풍경은 너무나 화려했다. 라스베가스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고, 사람들 또 한 흥에 겨워 있었다. “네! 여기는 세계 최고의 도시, 라스베가스 입니다!” 진행자의 말이 라스베가스에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불꽃이 검은 하 늘을 매웠다. 화려한 빛들이 춤추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열정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진 행자는 마이크에 대고 크게 외쳤다. “그럼 월드 시리즈 포커의 서막을 열겠습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세계 포커 대회. 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은 만 21세 이상일 경우에 만 가능했지만, 퀸 경우에는 예외적이었다. 퀸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천재 포 커 소녀였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참여 가능했다. 이번 해의 월드 시리즈 포커에는 3000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1만 불을 내고서 게임에 참여했다. 실로 대단한 양의 수였다. 약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펼쳐지는 월드 시리즈 포커. 하지만 퀸은 그 시간동안 지치지 않았다. 최고의 실력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천재 포커 소녀라는 명성에 걸맞은 게 임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천재 포커 소녀, 퀸은 모든 게임을 이겨나가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모든 사람 들의 관심은 어느새 열 네 살짜리 천재 소녀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 느새 퀸은 최종 결선까지 오게 되었다. “3000만 불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요? 자, 그럼 최종 결선 참가자들을 소개하겠습 니다. 우선 2002년 세계 포커 챔피언 제이슨 알렉산더. 그 다음 해 챔피언 케빈 유킬리 스. 그리고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천재 포커 소녀 퀸 하트!” 사람들의 환호 속에 등장한 퀸. 퀸은 살짝 미소 띈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진행자의 말. “최종 결선의 마지막 참가자는…….” 퀸은 진행자의 말에 귀를 기우렸다. 그리고 드디어 떨어진 진행자의 입. 큰 목소리로 라 스베가스가 떠나 갈 정도로 소리쳤다. “돌아온 전설의 플레이어, 클. 리. 버. 리!” 클리버의 모습이 보이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드디어 테이블 앞 에 앉고, 딜러가 등장했다. 딜러는 역시 줄리였다. 지금까지의 경기와는 더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했기에, 최고의 딜러라고 인정받는 줄리가 나온 것이다. 줄리의 손에서 떨어진 카드들은 플레이어들에게 돌아가고, 모두들 손에 카드를 쥐었다. 고요해진 라스베가스. 줄리는 요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베팅을 시작하겠습니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조금씩 베팅을 시작하던 네 사람.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이 가 지고 있는 카드를 손에 움켜쥐었다. 하지만 클리버는 달랐다. 특유의 여유로움을 가지 고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기던 지던 상관없다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 드디어 클리버와 퀸의 대결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클리버와 퀸이었다. 테이블 가운데에 모여진 어마어마한 양의 카지노 칩. 퀸은 카드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세게 쥐었다. 그리고 이내 퀸에게 베팅의 기회가 찾아왔다. 퀸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그리고 퀸이 생각해 낸 것은 실로 놀라운 도전이었다. “올 인.” 그 광경을 반대편에서 지켜보던 클리버는 미소를 띠며 자신의 앞에 있는 카지노 칩을 모두 밀어냈다. 사람들의 눈이 커지고 클리버는 외쳤다. “올 인.” 줄리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선 게임을 진행시켰 다. 드디어 카드를 내려놓을 마지막이 다가왔다. 우선 클리버의 카드가 먼저 내려졌다. 클리버의 A♧-K◇-8◇-8♡-8♧ 이었다. 쓰리 파운드 성공.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 왔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지고, 드디어 퀸의 카드가 공개 되었다. 자신 없던 표정의 퀸 은 사라지고, 자신감에 가득 찬 퀸은 살짝 웃어 보이며 카드를 내려놓았다. “풀 하우스.” 퀸이 내려놓은 것은 A♤-A◇-A♡-7♡-Q♡ 이었다. 카메라가 퀸의 카드를 비추자 사람 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풀 하우스에, 쓰리 파운드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패였던 것 이다. 그리고 조용했던 사람들이 0.2초 만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경이롭습니다! 최고의 게임이었습니다!” 진행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퀸은 주변을 보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클리버. 걸음을 옮겨 퀸에게로 다가갔 다. 퀸은 굳어진 얼굴로 클리버를 바라봤다. 하지만 클리버는 역시나 웃고 있었다. “최고의 게임이었다. 꼬마야.” 퀸에게 내민 클리버의 손. 퀸은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클리버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내려 클리버의 손을 바라봤다. 퀸은 입술을 꾹 깨물고선 클리버의 손을 맞잡았다. “축하한다. 퀸.” 아홉 번째 이야기. 욕망으로 가득 찬 장미의 늪. 세계 포커 대회의 우승자가 열네 살 천재 소녀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며, 이슈가 됐다. 그리고 수많은 기자들이 퀸을 취재하기 위해 로즈의 저택 앞을 가득 매우기도 했 다. 그 덕에, 로즈는 돈 방석에 앉게 됐고, 퀸은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퀸이 원했 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 퀸이 원하는 것은 로즈에게서 벗어나는 것뿐이다. “피곤할 텐데, 그만 자렴.” 하루에도 수 십 명의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는 퀸. 피곤하긴 했지만, 잠을 청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즈의 강요에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 았다. 그런 퀸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로즈는 일어나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드디 어 방에 홀로 남은 퀸. 침대 옆에 놓인 등을 키고선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 부 분에 등을 기댔다. ‘이 곳에 온 걸, 후회 합니까?’ ‘그럼 난, 널 도울 거야.’ 존과 줄리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그리고 퀸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을 바라봤다. 포커 대회의 시작을 알리며, 팀이 자신에게 주었던 카지노 칩. 퀸은 빨갛게 충혈 된 눈을 하 고선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칩을 쥐고 있는 주먹에 힘을 주고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벗어나야만 해.” 퀸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이불을 걷어내고,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로즈에게 자신 을 놓아 달라 말하기 위해, 한 걸음씩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그 시간, 로즈는 잠을 청하기 위해 방에 들어섰다. 그런데 누군가가 로즈의 방문을 두드 리고…… 로즈는 굳어진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존 이었다. 존은 살짝 고개를 숙여 로즈에게 인사를 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급하게 전해드릴게 있습니다.” 존의 심각한 얼굴에 로즈 역시 뭔가 낌새를 챘다. 존은 가지고 있던 서류를 로즈에게 내 밀었다. “이게…… 뭐지?” 로즈는 서류에 담긴 종이를 꺼냈다. 천천히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로즈. 존 은 로즈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전달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퀸 하트는 진짜 퀸 하트가 아닙니다.” 서류를 보고 있던 로즈의 눈이 존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 때, 로즈에게 자신을 놓아 달라 말하려던 퀸이 로즈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퀸은 노크를 하기 위해 손을 문 앞에 갔다댔다. 그런데 그 순간, 퀸에게 들려오는 말……. “진짜 퀸 하트는 지금 보육원에 있습니다.” 퀸은 커진 눈으로 방 안을 바라봤다.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존과 로즈. 퀸은 살짝 빛을 피해 문 뒤로 몸을 숨겼다. 칩을 꽉 쥔 채로 말이다. “진짜 퀸 하트를 데려오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네?” “진짜 퀸 하트를 데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로즈가 찾던 건 진짜 퀸…….” “존.” “……네.” “이제와 진짜를 찾는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을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존은 로즈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로즈는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지금의 퀸 하트를 진짜로 만들면 되는 거야.” 퀸은 비명이 세어 나오지 않도록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칩을 쥔 손을 더욱 더 세게 쥐 었다. 로즈는 존을 보며 웃어 보였고, 존은 굳어진 얼굴을 한 채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로즈는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찢어버리며 말했다. “가짜를 진짜로.” 그 말을 들은 퀸은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퀸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 이 떨어졌다. 퀸은 두 눈을 감고 있다, 방 안의 로즈를 노려보고선 달리기 시작했다. 이 집에서 벗어나겠다는 그 신념 하나 만으로 말이다. 그 순간, 발자국 소리를 들은 로즈. “이게 무슨 소리지?” “네? 어떤 소리 말입니까?” “지금 방금 발자국 소리가 들렸어.” “네?” “퀸에게 가봐야겠어.” 로즈는 찢은 서류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존은 서둘러, 로즈의 뒤를 따랐다. 퀸의 방에 도착한 로즈. 반쯤 열려 있는 문을 본 로즈는 커진 눈으로 문을 활짝 열고, 불을 켰다. 로즈의 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퀸이야.” 로즈는 두 주먹을 쥐고선 돌아서서 빠르게 걸었다. 로즈의 행동을 지켜보던 존은 돌아 서서 퀸의 방을 바라봤다. 아무도 남지 않은 퀸의 방. 존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돌아서 걸음을 옮겼다. “퀸을 찾아야 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로즈는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차키를 손에 쥐었다. 로즈는 가 쁘게 숨을 몰아쉬고선 입술을 꽉 깨물고 방을 빠져나왔다. 역시나 빠른 걸음으로 계단 을 내려오는 로즈. 그렇게 현관에 다다른 그녀는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 즈의 눈앞에 보이는 사람. 로즈의 눈이 커지고, 상기된 표정으로 그 사람을 바라봤다. “오랜만이네. 로즈.” 그 사람은 바로 클리버였다. 살아 있었다는 건, 세계 포커 대회에서 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로즈였다. 로즈 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클리버를 바라봤다. “크, 클리버.” 로즈는 두려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클리버를 바라봤다. “어, 어떻게 날…….” “잘 살았니? 날 감옥에 보내놓고.” 그렇다. 10년 전, 클리버와 헤이든 하트를 감옥에 보낸 것은 그들의 밑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클리버의 제자 로즈 스윗이었다. 로즈는 익명으로 속임수로 게임을 했 다는 제보를 했다. 그리하여 클리버와 헤이든은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로즈의 욕망은 너무나 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클리버만 없으면 자신이 최고 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클리버를 배신했던 것이다. 그렇게 클리버 를 감옥에 보낸 10년 동안, 로즈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또한 클리버와 헤이든 사이 에서 태어난 퀸 하트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이렇게 퀸을 찾았고 말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로즈와는 달리, 클리버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로즈에게 말했다. “모든 걸, 돌려받을 때가 된 것 같군.” “………….” “이제 돌려줘. 로즈 스윗.” 로즈는 클리버를 바라보고 있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두 주먹을 꽉 쥐고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내 딸도, 돌려줘.” 열 번째 이야기. 진실과 거짓은 하나가 될 수 없다. 로즈는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클리버를 노려봤다. 그리고 원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클리버에게 말했다. “아무 것도 돌려주지 않아요.” “로즈.” “그 누구도 날 꺾지 못해. 설사 당신이라 해도, 이 로즈 스윗을 꺾지는 못한다고.” 로즈의 눈에선 눈물이 떨어졌다. 로즈를 바라보고 있던 클리버는 표정이 굳어졌다. 로 즈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선 클리버에게 소리쳤다. “당신은 졌어. 모든 걸 잃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도, 자신의 친 자식도, 그리고 재산도 ……. 모든 걸 다 나에게 지고 말았다고!” 그렇게 소리친 로즈는 문을 끌어당겨 닫아버렸다. 그리고 로즈는 끌어 오르는 분노를 짓누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즈 스윗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 시간, 로즈의 집에서 도망친 퀸은 한참을 달려 나와서야 걸음을 멈췄다. 가쁜 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는 퀸. 그런 퀸은 자신의 손에 들린 카지노 칩을 바라봤다. ‘……난 너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잡는 경찰이다.’ “팀에게 말해야 돼.” 모든 걸 풀겠다고 다짐한 퀸은 칩을 쥐고선 다시 걸음을 옮겼다. 힘든 몸을 이끌고 걸어 가던 퀸. 얼마 가지 못해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퀸?” 퀸은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퀸은 커진 눈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 사람은 퀸이 만나려 했던 팀이었다. “팀.” 팀의 이름을 부른 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팀은 재빠르게 퀸을 일으켜 세웠고, 우선 가까운 자신의 집으로 퀸을 데리고 갔다. 팀의 집을 좁았다. 작은 캠핑카 안은 지저분했고, 또 산만했다. 하지만 무언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팀은 직접 탄 커피를 퀸에게 내밀었다. 담요를 덮고 있던 퀸은 팀에게 서 잔을 받아 들었다. “따뜻할 거야.” “……고마워요.” 퀸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팀은 퀸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으 며 퀸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퀸은 커피가 들은 잔을 만지작거리다 팀을 바라봤다. 그리 고 작은 목소리로 팀에게 말했다. “난…… 퀸 하트가 아니에요.” “………….” “진짜 퀸 하트를 찾아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진짜 퀸 하트라니?” “난 가짜에요. 존이 로즈에게 하는 말을 들었어요. 진짜 퀸 하트는 지금 보육원에 있다 고 했어요. 그러니까 빨리 진짜 퀸을 찾아야 해요. 안 그럼…….” “안 그럼?” “진짜 퀸은 죽을 거예요.” 퀸의 말에 팀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팀은 경직된 얼굴로 퀸을 바라봤다. 진실 어린 퀸 의 눈빛을 본 팀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퀸에게 말했다. “진짜 퀸을 찾는다면 넌?”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아무 잘못 없는 그 아이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요. 도와줘요, 팀.” “………….” “시간이 없어요. 날 도와 줄 사람은 당신 밖에 없다고요.” 팀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선 팀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 다. 퀸은 그런 팀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팀은 그 상대방 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알아봐줘야 할 게 있어. 가능 해?” [응. 말해 봐.] 팀은 자세한 설명을 전달했고, 팀의 행동에 퀸은 커진 눈으로 팀을 바라봤다. 도와주겠 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팀의 진심이 전해지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팀은 퀸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 정도가 흐르고, 팀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그 건, 아까 연락했던 사람의 전화 였다. 진짜 퀸 하트가 어느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는지 알아 낸 팀은 전화를 끊고 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집에서 나와 팀의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진짜 퀸 하트를 찾아 보 육원으로 향하는 두 사람이었다. 보육원에 도착한 퀸과 팀. 차에서 내린 퀸은 보육원을 바라봤다. 넓은 잔디밭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자신이 지냈던 고아원과 같은 느낌을 받는 퀸이었다. 팀은 그런 퀸에게 다 가와 함께 보육원으로 들어갔다. “이 곳에 퀸 하트라는 아이가 있습니까?” “퀸이라면, 지금 잔디밭에서 놀고 있을 거예요.” 보육원 관계자의 말에 팀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퀸은 긴장된 표정으로 팀을 바라보며 물었다. “퀸은요? 어디 있대요?” “지금 잔디밭에 있대.” 그 말을 들은 퀸은 곧장 건물을 빠져 나와, 잔디밭으로 달려갔다. 많은 아이들이 잔디밭 에서 놀고 있는지라, 누가 진짜 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던 퀸. 그 순간, 퀸의 눈에 들어 온 한 소녀가 있었다. 옅은 갈색 생머리에 마른 몸매를 가진 자신 의 또래의 소녀를 말이다. 퀸은 그 소녀가 있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 때, 퀸이 있는 곳으로 굴러오는 공. 공을 주워 든 퀸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퀸에게 다가오는 소녀. 퀸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소녀에게 물었다. “네가 퀸 하트니?” 퀸은 공을 내밀며 물었다. 공을 받아 든 소녀는 퀸을 응시하다가 존을 바라봤다. 퀸은 소 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초조해했다. 그리고 드디어 떨어진 소녀의 입술 사이에서 퀸이 기 다리고 있던 말이 나왔다. “응. 내가 퀸 하트야.” ------------------------------------------------------ 인터넷소설닷컴 (http://cafe.daum.net/youllsosul) 소설제목 : ◈ 퀸 하트 (Queen Heart) 작가명 : 가 인 E-mail : orwwor@hanmail.net 연재장소 : 새싹소설③-10대 총편수 : 12편 장르 : 도박 출처 : ◆ 파르카에(RGH) 　　　우리들의요염한반란,여우팸 ------------------------------------------------------ ※ 전문 용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에피소드는 사실이 아닙니다. 열한 번째 이야기. 사실을 밝히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벤치에 앉은 퀸과 팀. 퀸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퀸을 보면서 팀 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 할 뿐이었다. “……나랑 닮았어요.” “………….” “그래서 헷갈린 걸까요? 내가 진짜라고?” “퀸.” “마음 놓고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지만, 로즈에게 이용당하고 있긴 싫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팀의 물음에 퀸은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살짝 미소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떠날 거예요. 라스베가스를…….” 그런데 그 순간,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벤치로 누군가가 걸어왔다. 발자국 소리에 퀸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고, 이내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퀸은 놀란 얼굴로 그를 보 며 말했다. “존?” 퀸은 자리에서 일어나 존을 바라봤다. 팀도 퀸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존은 팀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퀸은 옆에 서 있는 팀을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 냐는 눈빛으로 팀을 바라보는 퀸. “우선, 돌아가. 여기 있는 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팀!” “어서.” 팀은 퀸의 등을 손을 밀어 존이 있는 곳으로 퀸을 보냈다. 퀸은 싫다는 표정으로 팀을 계속해서 바라봤지만, 팀은 완고했다. 결국 퀸은 입술을 꾹 깨물고선 걸음을 옮겼다. 존은 그런 퀸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팀 에게로 다가가 가지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뭐지?” “……10년 전, 클리버와 헤이든 사건에 대한 서류입니다.” “근데 이건 왜…….”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사건은 로즈가 계획한 계략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팀의 눈이 커지고, 존은 그런 팀에게 인사를 한 뒤 퀸의 뒤를 따라 걸어갔 다. 그 자리에 선 팀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서류를 바라봤다. “사건의 실마리가 이 것인 건가?” 존과 함께 차에 탄 퀸은 굳어진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운전을 하고 있던 존은 그런 퀸이 계속해서 신경 쓰였고, 결국 퀸에게 말을 건넸다. “퀸.” “………….” “모든 건, 잘 끝날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퀸은 살짝 긴장이 풀린 얼굴로 존을 바라봤다. 살짝 웃어 보이는 존의 모습에 퀸은 고개 를 숙였다. 그리고 그 순간, 존의 말처럼 모든 게 잘 끝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퀸이었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한 퀸과 존. 퀸의 예상과는 달리, 존은 로즈의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 다. 로즈의 명령을 받았음이 분명한데 말이다. 그렇게 존은 퀸을 줄리가 있는 곳으로 데 려갔다. 먼저 연락을 받은 줄리는 밖에 미리 나와 있었다. 퀸이 차에서 내리고, 줄리는 퀸 을 곧장 안았다. 퀸은 잠깐 동안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지만, 이내 줄리의 등을 손 으로 감쌌다. 한동안 그렇게 껴안고 있던 두 사람. 이내 서로를 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줄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퀸에게 물었다. “퀸. 정말 도망치려는 거야?” “………….” “로즈는, 널 놓지 않을 거야. 평생, 널 괴롭히며 살 거란 말이야.” “줄리.” “차라리 이곳에서 그냥 있어. 그게 오히려 나을지 몰라.” “난 진짜가 아니에요.” “뭐?” “진짜 퀸 하트가 아니에요. 난.” “그, 그게…….” 줄리는 커진 눈으로 존을 바라봤다. 존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줄리는 넋이 빠 진 표정으로 퀸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로즈는…….” “알아요. 로즈가 멈추지 않을 거라는 거. 그래서 지금 진짜 퀸 하트를 죽이려 할 거예요. 난, 그 아일 도망치게 할 거고. 나 또한 로즈에게서 도망 갈 거예요.” “퀸.” “다신 이 곳에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퀸.” “고마웠어요. 줄리.” 줄리는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퀸은 그런 줄리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이내 줄 리는 퀸을 품에 앉았고, 퀸은 줄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줄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작고 어린 한 소녀가,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과 함께 말이다. “잘 가. 건강하길 바랄게.” “줄리도요.” 줄리와의 마지막 인사를 마친 퀸은 이별의 아픈 마음을 뒤로 한 채, 차에 올랐다. 그리고 존이 타자마자 퀸은 존에게 말했다. “날, 클리버에게 데려다 줄래요?” “………….” 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차를 출발했다. 두 사람은 차가 도착할 때 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존은 운전에만 집중했고, 퀸은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 보기만 했다. 그렇게 차가 어딘가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존은 뒷좌석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퀸은 긴장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클리버가 있는 곳이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존.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이곳이 클리버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 이다. 퀸이 먼저 걸음을 옮기고, 그 뒤를 존이 뒤따랐다. 그런데, 걸어가던 퀸이 걸음을 멈춰서고 뒤를 돌아 존을 바라봤다. 그리고 존에게 말했다. “존. 돌아가요.” “퀸.” “난 이제 괜찮으니까 원래 존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요.” 퀸의 말에 존의 표정이 굳어졌다. 퀸은 다시 존에게로 다가가 자신의 작은 손을 존에게 내밀었다. 존은 퀸의 그 손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퀸은 활짝 웃으며 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 동안, 날 진짜 퀸 하트처럼 대해줘서 고마웠어요.” 가만히 서 있던 존은 퀸의 손을 맞잡았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퀸은 그제야 다시 활짝 웃으며 존에게 말했다. “잘 가요. 존.” 맞잡은 두 손을 놓고선 돌아서 걷는 퀸. 그런 퀸의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던 존은 차에 올랐다. 그리고 한동안 가만히 멈춰 있다가 이내 차를 출발하는 존이었다. 그렇게 존과도 이별을 한 퀸은 클리버의 집 앞에 다다랐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 기를 기다리던 퀸. 그리고 점점 가깝게 들려오는 발소리에 퀸은 살짝 긴장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클리버의 모습이 보였다. “클리버.” “넌…….” 퀸의 등장에 클리버는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퀸은 두 주 먹을 세게 쥐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감정이 북 바쳐 오르고, 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 였다. 갑작스러운 퀸의 행동에 클리버는 의아한 표정으로 퀸을 바라봤다. 그렇게 자신 의 감정을 누르고 또 눌르고 난 뒤, 퀸은 클리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의 진짜 딸을 찾았어요.” “………….” “난, 진짜 퀸 하트가 아니에요. 퀸 하트는 지금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퀸의 말에 클리버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을 끝내자 퀸은 긴장하고 있던 마음을 놓아버 렸고, 다급한 목소리로 클리버에게 말했다. “빨리 당신의 딸을 지켜야 돼요.” “그게 무슨 말이지? 지켜야 한다니?” “로즈가, 로즈 스윗이 퀸 하트를 죽이려 해요. 어서 빨리, 퀸 하트를 데리고 도망쳐요.” 퀸은 말을 끝내고선 클리버의 손을 잡았다. 클리버는 커진 눈으로 퀸을 바라봤다. 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이내 말을 잇는 퀸이었다. “내가 그 곳을 알고 있어요.” 마지막 이야기. 룰렛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로즈의 저택에 도착한 존은 곧장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초조해하며 기다리고 있던 로 즈, 아니 그 모습의 로즈가 아니었다. 이미 모든 사실을 안 로즈의 연기에 불과했다. 존 이 거실에 들어서자 로즈는 존에게 물었다. “퀸 하트는 어디 있지?” “……찾지 못했습니다.” 로즈는 굳어진 표정으로 존을 바라봤다. 존은 고개를 숙였고,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 그 순간, 로즈는 테이블 위에 올려 져 있던 와인 잔을 존에게 집어 던졌다. 존 의 얼굴을 과격한 잔. 로즈는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존에게 말했다. “누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지? 내가 모를 거 같아?” “………….” “아마, 보육원으로 향하고 있겠지. 진짜 퀸을 도망가게 하기 위해서.” 로즈는 사악한 미소를 띠며 존에게 다가가 존의 멱살을 잡았다. 와인 잔의 파편으로 인 해 피를 흘리고 있는 존은 로즈를 바라봤다. “당장 날 데리고 그 곳으로 가.” 존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내리고선 로즈는 저택을 빠져나갔다. 존은 손으로 자신의 피를 문지르고선 로즈의 뒤를 따랐다. 뒷좌석의 문을 열고, 로즈가 차에 올라탔다. 그 때 때마침 로즈의 저택에 들른 줄리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 피를 흘리고 있는 존. 줄리 는 커진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유유히 저택을 빠져나가는 존의 차. 줄리 는 뭔가 불길할 예감에 세우려던 차의 시동을 다시 켜고 존의 차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시간, 보육원에 도착한 퀸과 클리버. 퀸은 서둘러 클리버를 붙잡고 잔디밭으로 향했 다. 비가 올 듯 흐린 날씨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얼마 나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퀸 은 잔디밭에서 홀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진짜 퀸 하트는 바로 저 아이에요.” 공을 가지고 놀던 소녀의 눈이 퀸과 클리버에게로 향하고, 클리버는 굳어진 표정을 한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퀸은 그런 클리버를 붙잡고 소녀에게로 걸어갔다. 소녀는 당황 스런 표정으로 퀸과 클리버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퀸은 클리버에게 말했다. “어서 데리고 도망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왜 이 사람하고 도망을 치죠?” “퀸. 이곳에 있다간 당신이 죽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어서 도망쳐요.” “그럼, 넌 어떡하고…….” 클리버의 말에 퀸은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그 순간, 보육원으로 들어오는 차가 퀸의 눈에 포착되었다. 퀸의 눈이 커지고, 퀸은 다급한 목소리로 클리버에게 말했다. “존의 차에요! 빨리 도망쳐요!” 퀸은 소녀와 클리버의 손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로즈는 자신이 챙겨 온 권총을 존에게 던졌다. 그리고 이어 도착한 줄리도 차에서 내렸다. 로즈는 흥분한 목 소리로 존에게 외쳤다. “어서 저 아이를 쏴!” “로즈.” 로즈의 말에 줄리가 존과 로즈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 로즈의 팔을 붙 잡으며 말했다. “로즈, 진정해요. 아이를 쏘라니요. 아무 죄도 없는 저 아이를 왜…….” “어서!” 로즈는 미친 사람 같았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듯 불안함과 초조함에 휩싸인 표정과, 몸짓. 로즈는 줄리의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존은 로즈의 명령에도 소녀를 쏘지 않았다. 로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존을 노려보았다. “그만해요. 로즈.” 존의 말에 로즈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존을 밀쳐내며 존의 손 에 들려 있던 총을 빼앗아 들었다. 존은 커진 눈으로 로즈를 바라봤다. 줄리와 존이 로 즈를 말릴 틈도 없이 로즈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고 있는 진짜 퀸에게 총을 겨냥했다. 그 순간, 뒤를 돌아 본 퀸. 소녀에게 겨냥한 총을 본 퀸은 큰소리로 외쳤다. “안 돼!” 퀸의 목소리에 돌아선 클리버. 그리고 그 순간, 로즈의 손에 쥐어진 권총에서는 총알이 발사되었다. 줄리는 눈을 감았다. 그 때, 클리버의 몸이 소녀에게로 기울고……. “클리버!” 클리버의 가슴을 관통한 로즈의 총알. 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곧장 클리버에게 달려갔다. 클리버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로즈는 자신이 쏜 총을 창백해진 얼굴로 바라 보더니 미친 사람처럼 웃어보였다. “크, 클리버. 정신 차려요. 눈 좀 떠봐요!” “하……. 퀸. 퀸.” 퀸은 쓰러진 클리버를 품에 안았다. 클리버의 손이 소녀에게로 향하고, 클리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경찰 사이렌이 들려오며, 팀 의 차가 도착했다. 경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줄줄이 차에서 내리고, 팀 역시 자신의 차 에서 내렸다. 팀은 한 손에 수갑을 쥔 채로 로즈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로 즈는 경직 된 얼굴로 팀을 바라봤다. “로즈, 모든 건 끝났어.” 팀의 말과 함께 주변을 빙 두르는 경찰들. 클리버를 바라보고 있던 퀸도, 존과 줄리도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로즈는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총을 겨누며 주변을 돌 아봤다. 하지만 경찰들의 손에 들린 총이 자신을 겨누자, 로즈는 얼마 가지 않아 총을 내리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로즈 스윗, 당신을 체포한다.” 팀의 손에 들려 있던 수갑이 로즈의 손에 채워지고, 경찰들이 로즈를 일으켜 차에 태웠 다. 하지만 로즈는 마지막까지도 발버둥 치며 나와 클리버, 그리고 소녀가 있는 곳을 바 라봤다. 팀과 함께 온 의료진들이 클리버를 싣고 병원으로 향했지만, 이미 클리버는 세 상을 떠난 상태였다. 역시, 진짜 퀸도 의료진과 함께 향했다. 정신적 충격이 컸는지 그 자 리에 쓰러져서 의식을 잃었기 때문에……. 퀸은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결국 자신으로 인하여 한 사람이 희생되었다 는 죄책감에 말이다. 줄리가 퀸에게 다가와 퀸을 품에 안았다. 그런 퀸을 바라보며 존 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존의 뿌연 담배 연기처럼 피어있던 먹구름을 뒤로 한 채, 하 늘에선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10년 뒤. 라스베가스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더 화려해지고, 더 열정적 이었다. 사람들은 최고의 도시에서 최고의 게임을 즐겼고 또한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 에 담아갔다. 그리고 그 곳에 도착한 10년 전의, 천재 포커 소녀였던 퀸. 그 날, 로즈가 감옥에 갔고 클리버는 죽음을 맞이했다. 진짜 퀸은 그 날 받은 정신적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존은 로즈에게서 벗어나 라스베가스를 떠났고, 줄리 역시 라스베가스를 떠나 프랑스의 니스로 떠났다. 그리고 퀸은 열네 살이었던 그 해에 홀로 뉴욕으로 향했다. 그리고 뉴욕에서 10년 동안, 캐서린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라스베가스는 참 좋은 곳이야. 모든 게임은 그곳에서 시작하지.’ ‘그 자신감 잃지 마렴. 이제 라스베가스이니까.’ 처음 퀸이 라스베가스에 오던 그 날, 로즈에게서 들었던 말이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퀸은 캐리어를 든 손에 힘을 꽉 쥐었다. 거리 한복판에 선 퀸. 수많은 차들이 지 나다녔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그녀를 비추었다. 퀸은 고개를 들어 검은 밤하늘을 바라 봤다. 그 순간, 단 하나의 별이 환하게 반짝 거리고, 퀸의 얼굴에 미소가 담겼다. “다시 시작이야. 퀸 하트.”